아무렇게나 써보는 게임이야기

지금 애청하고 있는 미드는 '왕좌의게임'뿐이지만, 예전에는 미드 '워킹데드' 시리즈의 앞부분을 꽤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잊고 있었는데, 아직 완결되지 않고 인기리에 방영 중인 것을 얼마 전 알게 되었는데요. 올해 10월에는 벌써 시즌7이 방영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워킹데드'는 사실 원작이 만화인데, 미드가 워낙 전 세계적인 흥행을 해서 많은 분이 '워킹데드' 하면 드라마를 먼저 떠올릴 것 같아요. 워킹데드는 만화와 드라마를 거쳐 게임으로도 만들어졌는데, 게임 '워킹데드'는 원작과 드라마와는 내용을 달리하지만 높은 완성도와 호평으로, 발매된 2012년에는 GOTY(Game of the year, 올해의 게임)까지 거머쥐었습니다.

워킹데드 시즌1(게임)
개발사 : 텔테일 게임즈
발매일 : 2012년 4월 25일
플랫폼 : Windows, OS X, PS3, PS4, XB360, XBO, PS Vita, iOS, Android
장르 : 어드벤쳐
* 한글을 공식적으로 지원하지는 않으나, '팀 백스탭'에서 비공식 한글 패치를 배포하였습니다.



워킹데드 시즌1 트레일러 영상 - 출처 : 게임스팟 유투브


드라마 보듯이 즐기는 게임 '워킹데드'

어드벤쳐 게임을 많이 접하지 않으셨더라면 게임이 조금 독특하게 다가오실 수 있는데, 워킹데드는 마치 드라마를 보듯이 이야기를 감상하며 즐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유저에게 어려운 조작이나 세심한 컨트롤을 바라지 않습니다.

'워킹데드'가 유저에게 요구하는 것은 상황에 따른 선택들과 결정들입니다.
주인공인 유저의 선택에 따라, 진행되는 게임의 이야기가 달라지고 영향을 받게 되는데 내 선택에 따라 변하는 이야기를 감상하는 재미가 정말 대단한 게임이에요. '내가 만들어 가는 미드' 같은 느낌의 게임입니다.ㅎㅎ

에피소드 시작 시 안내 문구.


내 선택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게임

유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상황에 따른 대사를 선택하거나, 선택이 필요한 순간에 결정을 내리는 것입니다. 주인공이 하는 말들은 주변 등장인물들이 모두 기억하고, 선택의 결과는 이야기에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래서 일관되지 못한 대사들은 상황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고, 섣부른 선택들은 위험한 순간으로 다가올 수 있으니, 모든 결정은 항상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요.

그렇지만 예상하셨듯이, 좀비물에서의 선택은 항상 어렵습니다. 일생에 한 번 해볼까 말까 한 힘든 선택들이 워킹데드를 플레이하면 수시로 닥치게 되는데요. 게임은 잔인하게도 고민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습니다. 주인공 바로 앞에 사람을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좀비들이 있거든요.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순간이 많습니다.

여기 좀비들이 눈앞에까지 쫓아왔는데 덫에 발이 걸려 도망치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시간은 없고 덫에서 풀어 줄 방법이라곤 다리를 자르는 것뿐이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워킹데드는 보통 사람이 쉽게 선택하지 못할 선택의 순간이 참 많이도 있는데요. 주인공은 '둘 중에 누구를 먼저 구할 것인가'라든지 '좀비에게 팔이 물려 조금 있으면 똑같이 변하게 될 어린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들에 내몰리게 됩니다. 그리고 선택의 결과는 앞으로의 이야기 흐름을 결정하게 되지요.

모두에게 친절한 인간적인 사람이 될지, 냉정하게 생존만을 생각할지는 오로지 유저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선택에 따라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달라질 수도, 생존상황이 뒤바뀌게 될 수도 있어요.

모든 발언은 신중히. 주변 인물들이 주인공의 발언을 기억합니다.



나는 일반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일까

워킹데드 시즌1은 다섯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는데, 에피소드를 마칠 때마다 중요한 순간들에 전 세계 플레이어들은 어떤 선택을 했는지 보여주는 화면이 나옵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나와 같은 선택을 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게 나름 재미있기도 합니다. 저는 대부분 다른 플레이어들과 비슷한 선택을 하긴 했는데, 종종 10~20%밖에 선택하지 않은 결정들을 보면 생각을 잘못했나 싶기도 하고 ㅎㅎ 어쨌든 이거 보는 맛이 꽤 쏠쏠합니다.

플레이어들의 선택이 반반 갈리는 경우도 많아요.

 

이야기가 매력적인 게임입니다.

드라마와는 내용이 조금 다른데요. (드라마 등장인물이 잠깐 나오기는 합니다.)
정말 이야기 보는 재미가 훌륭한 게임입니다. 또 다른 워킹데드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아요.

주인공 '리'는 혼란스러운 세상에 우연히 만난 어린 여자아이 '클레멘타인'을 보호하는 입장인데요. 서로는 가족보다 더 가족처럼 의지하고 있고, '리'는 게임 안에서 필사를 다 해 '클레멘타인'을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리'의 행동과 선택들은 어린 '클레멘타인'에게 영향을 주기도 하고, 게임이 진행될수록 이 둘의 유대감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다만, 미드 '워킹데드'가 그러하듯 게임 '워킹데드'도 다소 공포스럽고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 크게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어 보이니, 원작이나 드라마를 꺼리셨던 분이라면 게임 '워킹데드' 역시 맞지 않을 것으로 보여요.  

이야기는 재미있지만, 좀비들이 한가득 등장합니다.


조금 아쉬운 것은

올해의 게임상까지 받은 게임이지만,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사실 유저들이 꼽은 가장 아쉬운 점은 '큰 줄기의 이야기는 바뀌지 않는다'라는 점인데요. 앞서 주인공 선택으로 이야기가 바뀐다고 설명했지만, 결국 크게 보면 어떻게든 하나의 이야기로 흐르게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선택에 의해 바뀌는 건 흐름의 디테일일뿐, 결국 게임은 정해진 엔딩으로 향하게 되어 있습니다.
 

선택이 당장은 엄청나게 영향을 미치는 듯한데, 결국 이야기는 가야 할 곳으로 가게 되어 있다는 느낌이에요. 시즌2로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함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시즌2도 마찬가지로 이야기가 정해져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ㅠㅠ (게임 워킹데드는 시즌2가 발매되었고, 현재 시즌3를 준비 중입니다.)

또 하나는 조금 답답한 이동인데요. 게임의 그래픽이 조금 조잡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주인공 '리'가 이동할 때의 답답함은 어떻게 봐도 불편합니다. 느릿느릿 움직이기도 하고, 카메라 방향이 이상해서 원하는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너무 불편합니다. 조작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게임이라도, 진행을 방해하지는 않아야 될 텐데 말이에요.  

가끔 이렇게 총 쏴대는 부분이 나오면 아무렇게 쏴도 다 맞을 정도로 간단한데, 이상하게 '리'가 이동해야 하는 부분이 나오면 그렇게 움직이기가 불편합니다..ㅠ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게임

저는 이렇게 감상하듯 즐기는 게임이 좋아서 정말 재미있게 했는데요. 정말 드라마 한 편 본 것처럼 마지막 장면에는 감정 이입해서 게임을 했어요. 시즌2는 시즌1의 '클레멘타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더욱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하니 조만간 시간을 내어 해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