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게나 써보는 게임이야기

다들 알고 계시는 '머피의 법칙'은 하는 일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갈수록 꼬여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혹시 '머피의 법칙'과 반대되는 용어인 '샐리의 법칙'도 알고 계시나요? '샐리의 법칙'은 우연하게도 좋은 일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경우를 말하는 용어인데요. 이 '샐리의 법칙'이라는 독특한 컨셉을 가지고 만든, 동화 풍의 아름다운 인디게임이 있습니다.

샐리의 법칙
개발사 : 나날이스튜디오
플랫폼 : 안드로이드/iOS
장르 : 퍼즐



이상하리만큼 운수가 좋은 날, 혹시 누군가의 도움이 아니었을까?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타야 할 버스가 도착하고, 길을 건너려고 건널목에 도착한 순간 보행 신호등이 켜졌던 경험. 줄을 서서 들어간 공연장에 우연히 100번째 관객 선물 같은 것을 받게 되었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가끔은 이상하리만큼 운수가 좋은 날이 있습니다. 게임 '샐리의 법칙'은 그런 운 좋은 상황이 누군가의 도움에 의한 것이라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에서 시작된 게임입니다.

'샐리의 법칙' 공식 트레일러 영상

'샐리의 법칙'에는 두 명의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주인공 '샐리'와 '샐리의 아빠'인데요.
유저는 '샐리'와 '샐리의 아빠'로 같은 스테이지를 두 번 플레이하게 됩니다.
'샐리'는 가는 길에 막힘이 없습니다. 막혀 있던 문은 샐리 앞에서 저절로 열리고, 날카로워 보이는 가시들은 막상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습니다. 마치 샐리의 법칙처럼 하는 일마다 이상하리만큼 운이 좋은 아이입니다.
'샐리의 아빠'는 혼령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샐리'가 안전하게 길을 가도록 몰래 도와줍니다. 문을 미리 열어 주고, 가시를 제거해 주고, 위험한 물건들을 치워 놓아야 해요. 느긋하게 길을 가는 샐리와는 다르게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여야 합니다.

'샐리'와 '샐리의 아빠'의 시점을 번갈아 가면서 진행하는 독특한 방식은 딸과 아빠라는 관계 덕분에 더 와 닿게 되는데요. 아무렇게나 가도 막힘 없이 길이 다 열리는 샐리를 플레이하고 난 뒤에, 이 '막힘 없는 길'을 만들기 위한 아빠의 갖은 노력을 보게 되니까 왠지 더 찡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게임 곳곳에서 부성애가 잔뜩 느껴지는, 정말이지 효도 장려게임이에요.
'샐리의 법칙'의 진짜 주인공은 '샐리의 아빠'라고 생각합니다.

샐리의 법칙처럼 운이 좋은 딸과, 딸을 몰래 도와주는 아빠라는 독특한 컨셉도 재미있지만, 각 캐릭터로 진행할 때의 이들의 생각을 보는 것도 게임의 재미요소 중 하나입니다.

샐리의 아빠는 어떤 이유인지 혼령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샐리 앞에서는 보이지 않는데요. 이 때문에 플레이어는 같은 시기에 같은 공간에 있는 샐리와 샐리 아빠의 서로 다른 생각을 볼 수 있습니다. 캐릭터의 생각들은 이동하면서 마치 동화책을 읽듯이 화면에 표현되는데, 게임의 주목적인 퍼즐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몰입성 있게 스토리 텔링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 방식은 꽤 단순한데, 동글동글한 두 캐릭터로 빙글빙글 앞으로 굴러가면 됩니다.ㅎㅎㅎ
똑같이 굴러가지만 샐리와 아빠의 조작 방식은 조금 다른데요. 샐리는 멈추지 않고 그저 앞으로만 가는 캐릭터입니다. 뒤로 갈 수는 없지만 점프를 할 수 있어서 장애물이나 틈을 뛰어넘을 수 있어요. 자동으로 전진을 계속 하고 있고, 무엇보다 가는 길이 막힘 없이 술술 열려서 여유롭게 지나가기만 하면 됩니다.

아빠는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있지만, 혼자서 점프를 할 수 없습니다. 아빠의 혼령이 샐리에게 닿으면 그 순간에만 점프 할 수 있는데, 아빠는 이 모든 조작방법을 총동원하여 샐리 앞에 장애물을 없애주어야 합니다. 샐리의 플레이는 아빠의 퍼즐을 위한 장막(?)이었다고나 할까요.

전체적으로 난이도는 아주 어렵지 않은 편이나, 꽤 창의적인 퍼즐이 많습니다. 샐리는 멈출 줄을 모르기 때문에 아빠로 플레이할 때에는 정말 부지런히 움직여주어야해요. 퍼즐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인디게임 '브레이드'와 종종 비슷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는데요. '브레이드'를 재밌게 즐기신 분이나 이런 부류의 퍼즐게임을 좋아하시면 '샐리의 법칙'도 즐겁게 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조금 아쉬운 건 플레이타임이 생각보다 짧습니다. 게임 난이도가 그렇게 높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기기에는 좋지만 스테이지 자체가 많지 않아서 엔딩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가 않아요.ㅠㅠ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많은 스테이지에서 샐리와 아빠의 이야기를 조금 더 꼼꼼하게 들려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래도 '샐리의 법칙'은 2016년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에서 최우수개발사상을 받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훌륭한 게임입니다. 동화 같은 아름다운 화면과 감성적인 스토리도 좋구요.(공식 블로그에 의하면 동화책도 준비 중인 것 같네요.) 퍼즐게임답게 퍼즐을 풀어나가는 재미도 흥미로운 편입니다. 게임을 내려 받고 나서 정신없이 플레이 했는데, 어느새 엔딩장면이 나오게 된 것이 그저 아쉬울 뿐이에요ㅠㅠ 

'샐리의 법칙'은 유료 모바일게임으로 현재 스토어에서 2,000원 정도 가격에 등록되어 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꽤 마음 찡해지는 감동 장면도 볼 수 있으니, 퍼즐과 감성적인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추천해 드립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