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게나 써보는 게임이야기

저는 정말 참신하고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인디 게임들이 좋습니다. 지금 리뷰해 드리는 게임은 그런 인디 게임 중에서도 정말 '참신한 게임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대놓고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게임의 제목인 '페이퍼스 플리즈'는 우리말로 하면 '서류, 주십시오.' 같은 의미인데요. '페이퍼스 플리즈'는 가상의 공산주의 국가의 검문소에서 일하면서, 입국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여권을 심사하는 게임입니다. 여권심사 따위가 뭐가 재밌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페이퍼스 플리즈'는 출시 이후 이미 여러 군데에서 수상을 많이 하기도 했고 게이머들 사이에서의 평도 굉장히 좋은 편입니다.

페이퍼스 플리즈(Papers, Please)
개발자 : Lucas Pope
플랫폼 : PC(Windows/MAC)
지원언어 : 9개 언어(한국어 미포함)
* 한국어를 공식적으로 지원하지 않지만, 비공식 한글화가 배포되었습니다.



'페이퍼스 플리즈'에는 '아스토츠카'라는 가상의 공산주의 국가가 존재하는데, 주인공은 이 '아스토츠카'의 검문소에서 근무를 하게 되며 시작합니다. 이 가상의 국가는 분위기나 느낌이 굉장히 북한스러운데요.(실제로 스토리나 국가 등의 이름을 북한으로 만든 문화어판 한글패치도 존재합니다.) 그래서인지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음악은 음울한 느낌이 가득합니다. 희망 따윈 없는 것 같은 그런 분위기랄까요.


페이퍼스 플리스 공식 트레일러 영상


검문소에는 '아스토츠카'를 포함하여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찾아오는데요. 이들의 여권과 서류를 꼼꼼하게 심사하여 입국 거부 또는 허가의 도장을 찍어주면 됩니다. 게임은 30일간의 근무, 하루 약 10명 내외 정도를 심사하게 되는데요. 초반의 비교적 간단한 심사절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복잡해지고, 심사할 서류도 많아지게 됩니다.
실제로 심사는 간단하지 않아서, 굉장히 봐야 할 것이 많습니다. 사진, 이름, 여권의 번호나 만료일은 기본이고, 위조된 서류인지 신장이나 몸무게가 수상하진 않는지 정말 매의 눈으로 꼼꼼하게 보지 않는다면 작은 차이를 놓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됩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입국심사가 쉽지 않다.

심사를 마치고 아무 이상이 없다면 허가 도장을 찍으면 되지만, 불일치 사항을 발견하면 입국시켜줄 수 없습니다. 진술이 다른 부분에 관해 물어보거나, 지문검사, 경우에 따라서는 몸수색까지 진행할 수 있는데 간혹 마약이나 총기류를 몸에 숨겨서 들어오기도 하므로, 정말 꼼꼼하게! 일을 하는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실제로 '페이퍼스 플리즈'를 하고 있다 보면 내가 정말로 노동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곤 합니다. 도장을 찍고 서류를 돌려주는 디테일까지 정말 일하는 기분이 들게 해요.


열심히 일해도 가족 먹여 살리는게 쉽지 않다.

단순히 여권심사만 하는 게임이라면, 이 게임이 이렇게 호평 일색일 리가 없을 텐데요. 사실 '페이퍼스 플리즈'는 여권심사라는 행위를 통해서 주인공에게 더 큰 이야기를 들려주고, 선택을 강요하게 됩니다.

하루 근무가 마칠 때마다 현재 현황을 보여주는데, 주인공이 부양하고 있는 네 명의 가족들의 상황도 함께 보여줍니다. 심사 한 건당 5달러씩 급여가 나오는데, 지출이 그야말로 어마어마합니다. 집세는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오르고, 식비나 난방비를 못 내게 되면 가족들의 건강에 이상이 오게 됩니다. 심사에 실수라도 있더라면 벌점을 주어 급여에서 빼버리기도 하기 때문에, 실상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족들을 건강하게 부양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밀입국자의 뇌물이나 도움 요청 등 심사 과정에서 끊임없이 유저를 갈등하게 선택하게 만드는 요소가 등장합니다. 물론 선택은 유저의 몫. 선택에 따라 이후 결말이나 내용 진행이 달라집니다.


심사와 상관없는 쪽지가 들어온다거나, 뇌물을 주기도 한다.

또 하나 선택을 강요받는 부분은 혁명단체 '에직(EZIC)'의 존재입니다. 게임의 공산주의 국가인 '아스토츠카'에 대항하는 단체가 있는데, 이들은 유저에게 서류 미비자의 입국이나 서류 압수 등의 행위를 통해 혁명단체에 도움을 줄 것을 부탁합니다. 물론 내 일을 충실히 할 것인지, 이들을 도와 혁명을 도모할 것인지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뿐만 아니라 여러 절절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감정에 호소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다음날 신문 내용이 바뀌는 등 선택의 결과를 보게 된다는 점이 참신합니다.


서류가 미비해 들여보낼 수 없지만, 돌려보내면 죽음이 뻔한 사람이라면?


엔딩은 선택에 따라 20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이 중 3개는 굿엔딩으로 분류됩니다. 나머지 17개의 배드엔딩들은 감옥에 간다거나, 가족을 버리고 혼자 망명을 한다는 등 암울한 내용이 가득하다는 것이 함정.
 

아스토츠카에 영광을!

게임을 하면 주구장창 나오는 '아스토츠카에 영광을!'이라는 구호가 있습니다. 정말 사회주의 국가의 느낌을 잘 살려놓은 게임이라고 생각되는데요. 단순 반복노동뿐이 없는 게임처럼 보이지만, 나름 그 속에는 생각과 고민이 많아지는 게임입니다. 한 명의 독립제작자가 만들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 높고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여러분도 정말 아스토츠카에 영광을 줄 것인지 게임을 해보면서 선택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