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게나 써보는 게임이야기

영화인가, 게임인가

2018년 12월, 넷플릭스에서 흥미로운 영화 한편이 공개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마치 게임처럼 이야기의 선택지를 시청자가 선택할 수 있고, 선택하는 내용에 따라 이야기의 흐름과 엔딩이 달라지는 독특한 방식으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인터랙티브 무비'라는 장르로 불리우는데, 마치 텔테일게임즈의 '워킹 데드 시리즈', '더 울프 어몽 어스'이나 퀀틱드림의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처럼 인터랙티브 드라마 게임과 굉장히 비슷합니다. 선택에 따라 이야기의 흐름이 바뀌고, 내용과 결말이 달라지며, 관람시간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시청자는 마치 게임을 하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요. 10가지 이상의 엔딩이 준비되어 있어서, 게임처럼 다른 엔딩을 보기 위해 여러번 시청을 반복하게 되는 점도 게임의 형태와 비슷합니다.(세이브/로드 기능은 없지만, 분기점에서 다시 시작하도록 제공합니다.)

아침밥을 고르는 아주 사소한 선택지부터, 결말을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까지 모두 시청하는 이용자의 몫

줄거리

배경은 1984년. 젊은 프로그래머 스테판 버틀러는 '밴더스내치'라는 게임북에 감명받아, 실제 컴퓨터 게임으로 개발하려고 합니다. 버틀러는 게임 회사인 터커 소프트에 찾아가 사장과 유명한 게임개발자 콜린 리트먼에게 밴더스내치의 게임 개발을 제안하여 개발을 시작하게 되고, 점점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이후에는 관람객의 선택지에 따라 내용과 결말이 달라집니다.)

누설이 될 수 있어 블로그에 내용을 다 담지는 못하지만, 시청을 하다 보면 점점 놀라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수 있습니다. '가족들의 숨겨진 비밀'이나, '자유 의지를 조종하는 거대한 음모론' 등 겉으로는 '게임개발'을 주제로 한 영화처럼 보이지만, 선택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다만, 마약이나 높은 폭력성 등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들이 많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이 내키지 않는 분들이라면 꺼려질 수 있는 컨텐츠일 수도 있겠네요.

저장/불러오기 같은 기능은 없지만, 엔딩 후에 결말을 결정지었던 분기점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며, 이미 시청했던 반복적인 이야기는 함축해서 보여줍니다.

미디어 컨텐츠와 게임의 경계

넷플릭스의 밴더스내치는 이전까지 단순히 시청만 하는 미디어 컨텐츠와는 다릅니다. 이용자가 선택을 통해 내용에 개입할 수 있고, 게임과 같은 경험이 시청에 더한 몰입감을 주게 됩니다.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이야기와, 분기점부터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점 때문에 90분이라는 러닝 타임은 사람에 따라 더 짧을 수도, 2~3시간이 넘을 수도 있게 되죠. 밴더스내치는 개봉 이후에 꽤 호평을 받은 작품이기도 해서, 앞으로 이러한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의 컨텐츠가 더 많이 등장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인터랙티브 드라마 장르의 게임을, 잘 만들어진 영화 버전으로 즐기는 느낌이어서 굉장히 신선하게 재미있었습니다. 반대로, 밴더스내치를 재미있게 즐겼던 분이라면,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과 같은 게임에 흥미를 느낄 수 있겠네요. 밴더스내치는 영화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넷플릭스니까.. 만들 수 있었던 컨텐츠였는지는 모르겠는데, 오랜만에 재미있는 영화이자, 게임 한편을 즐긴 듯 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ㅎㅎ 앞으로 더 즐거운 인터랙티브 무비들이 나와주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