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게나 써보는 게임이야기

새해 벽두부터 게임업계를 뒤흔든 소식이 있었습니다. 국내 게임업계 매출 1위이자, 게임회사의 상징과도 같은 '넥슨'이 매각된다는 이야기인데요. 워낙에 사이즈가 큰 사건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앞으로 게임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에 블로그에 관련 내용과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두려 합니다.

게임회사 '넥슨'

넥슨은 굳이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회사입니다. 1994년에 창립된 1세대 게임회사이고, 어릴적 우리들이 좋아했던 카트라이더, 바람의나라, 크레이지 아케이트 등 굵직한 히트작을 많이 낸 곳입니다. 게임업계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준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한데, 일반 회사와는 달리 지배구조가 조금 독특한 편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판교 소재의 넥슨은 '넥슨코리아'인데, 본사가 일본 도쿄증시에 상장한 '넥슨'으로 따로 있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넥슨이 일본회사인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이 넥슨을 지배하고 있는 지주회사가 한국의 'NXC'입니다. 지배구조가 복잡하긴 하지만, 어찌되었건 최상위 지배회사가 국내 기업이니, 한국의 기업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네요.

NXC(한국) → 넥슨(일본,도쿄상장) → 넥슨코리아(한국) → 네오플, 넥슨지티 등 계열사

아무튼, 이번 매각 사건은 'NXC'의 김정주 창업자가 본인과 부인, 특수관계인이 가지고 있는 98.64%의 지분 전량을 내놓은 것입니다. 그리고 내놓은 지분의 가치는 우리 돈으로 무려 10조원 가량입니다.

어디서, 누가 넥슨을 살 것인가

매각가가 10조를 상회하는 어마어마한 가격이기 때문에, 일단 국내에서는 넥슨을 단독으로 인수할 수 있는 회사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정도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기업은 삼성전자 외에는 없어보이는데, 삼성전자는 이전에 게임 사업을 접은 후에 다시는 게임에 발을 들일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글을 쓰고 있는 2월을 기준으로,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인수전에 참가하거나 검토 중이라고 밝힌 국내기업은 카카오넷마블 뿐입니다. 이 두 기업도 단독으로는 인수할 수 있는 자금은 없기 때문에, 인수를 위해서는 다른 자본을 끌어들여 연합체를 구성하는 컨소시엄의 방법 밖에는 없어 보이네요.

그럼, 해외 인수는 어떨까요. 매각설이 터진 이후로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인수기업으로 꼽히는 곳은 중국의 텐센트입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회사로 자금력도 있고, 이전에도 슈퍼셀이나 라이엇게임즈처럼 굵직한 게임회사들을 인수해 온 전력이 있기도 하며, 중국에서 매년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던전앤파이터'가 매력적으로 보일 회사이기 때문입니다.(현재 텐센트가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서비스 기업이기도 하고요.) 디즈니와 EA와 같은 거대기업도 인수 후보로 거론되긴 하지만, 이들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도 없기도 하고, 참여할 확률도 낮아 보입니다.

국내 또는 해외에서 인수를 진행할 회사가 없다면, 사모펀드에 의해 넥슨 매각이 진행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사모펀드가 기업가치를 높이기위해 대규모의 구조조정을 감행할 것이 불보듯 뻔한 일입니다. 수익성이 높은 프로젝트를 제외하고 돈 못버는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접히게 될 확률이 크기 때문에, 게임업계에서는 가장 나쁜 케이스로 흘러갈 시나리오입니다.

개인적인 생각

넥슨은 게이머들에게 쓴소리도 많이 듣는 회사이기도 하지만, 어릴 적 제게 추억이 많은 게임들을 서비스 해오고 있는 곳이기도 하고, 대한민국 게임업을 대표하는 회사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게임업계 매출이 높은 3N 중 그나마 수익성보다 게임성을 생각하는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곳이라고 생각도 하고요.(최근 그러한 게임들이 죄다 망한게 문제긴 하지만..) 최근 넥슨 내부의 직원분들은 현재의 뒤숭숭한 상황에 많이 불안하기도 할텐데, 어느 곳에 매각되더라도 직원분들의 고용이 안정되기를 바래봅니다. 최소한 해외 사모펀드에 매각되어서 수익성 위주로 회사가 이리저리 찢어지고 조각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이미 매각 자체는 막을 수 없겠지만 해외보다는 국내 기업 중심으로 인수가 되었으면 좋겠고, 넥슨의 돈 되는 게임만 남게되는 그런 상황만은 오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