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게나 써보는 게임이야기



"사회적 카드 긁기' 캠페인. 카드로 빵을 자르거나 밧줄을 끊어 기부한다.

위 영상은 독일의 '미제레오르(Misereor)'라는 비영리단체에서 만든 기부 캠페인입니다. 디스플레이에 보이는 빵이나 밧줄을 카드로 긁어서 자르게 되면, 소액이 결제됨과 동시에 잘라진 빵을 페루의 가정으로 보내고 갇혀 있는 필리핀 어린이에게 도움을 주게 됩니다. 누구를 돕게 되는지 명확하게 보여주기도 하지만, 기부에 대한 놀라운 아이디어로 국제광고제에서 상까지 받을 정도로 높은 호응을 받아냈습니다.

위 사례는 '게임화'의 좋은 사례 중의 하나인데요. 기부를 하나의 게임처럼 만들어서 사람들의 성취 욕구를 자극하고, 참여율을 높이도록 활용한 것입니다. 이렇게 게임이 아닌 것에 게임의 사고방식을 접목한 것을 '게이미피케이션'이라고 부릅니다.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게임'에 '~fication'을 붙여 만든 '게임화'라는 의미로,
게임이 아닌 분야에 게임의 매커니즘과 사고방식을 접목하는 것을 말합니다.
게임이 아닌 것을 게임처럼 생각하고, 요소들을 부여해서 교육, 마케팅 등 분야에서 활용됩니다.


왜 게임이 아닌 분야에 게임의 메커니즘을 접목하려고 할까요? 게임에는 일반적으로 '역할'과 '임무'가 존재하고, 그에 따른 '보상'이 존재하는데요. 보상 개념은 사용자로 하여금 달성하고자 하는 욕구를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게임에는 사람을 쉽게 빠져들게 하는 '즐거움'이 있는데요. 이들을 활용하면 사람들이 무언가를 할 때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입니다. 게임이 만들어내는 이용자의 적극성(?)을 활용하려는 거에요.

사실 게이미피케이션은 의식하고 있지 않더라도, 이미 실생활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요. 얼마 전에 저녁에 공원을 산책하면서 '나이키 런 클럽'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한 내용을 블로그에 올렸는데, 나이키의 러닝 앱에도 이미 게이미피케이션이 정교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운동량을 체크해서 기록을 달성할 때마다 트로피를 주고, 운동을 많이 할수록 레벨이 올라가는 것처럼 보상 요소를 여기저기 배치해 두었어요.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친구들과의 경쟁도 비슷합니다.


'나이키플러스 런 클럽'의 게임요소


이렇게 우리는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것들을 게임처럼 즐기고 있는데요. 이번에 검색을 해보며 알게 된 사실인데, Windows OS를 설치하면 기본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게임 '프리셀(FreeCell)'도 본래 목적은 Windows OS에서의 마우스 사용법을 숙달시키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용자는 '프리셀'을 하면서 '드래그 앤 드롭', '더블클릭' 등의 마우스의 사용방법을 자연스레 익히게 되는 것이지요.

게임이 가지는 '즐거움'을 적절히 이용하면 이용자에게 바라는 행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다는 건데, 이렇게 하면 많은 글씨를 읽는 것처럼 재미없고 지루해할 만한 일들도 능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프리셀의 목적은 마우스 사용법 학습


이런 게이미피케이션은 비즈니스와 교육 등에서 효과적이기 때문에 기업이나 교육기관에서도 많이 활용하고 있고, 앞으로도 많이 쓰이게 될 것으로 보이기는 하는데요. 사실 다 좋은 것만은 아니고 단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무조건 게임 요소를 적용한다고 된다는 것도 아니고, 컨텐츠에 잘 맞는 게임요소를 적절하게 집어넣어야 하는데,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고 합니다. 특히 교육에서는 그 밸런스를 맞추기가 힘들 텐데, 교육적 가치를 재미있게 전달한다는 것이 말처럼 간단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게다가 게임화 작업은 많은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위험을 부담하면서 구축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도 최근에 과학과 교육을 게임화하는 공모전이랑 포럼이 많이 보이는 것 같은데, 이렇게 관심이 조금씩 많아지는 것만으로 일단 좋은 방향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ㅎㅎㅎ 다음 달에 판교에서 성남게임월드페스티벌을 연다는데, 거기에도 게이미피케이션 창작물을 전시한다고 하네요.



동작을 인식하는 'Control VR' 시연 화면

물리적 충격을 그대로 전달하는 'impacto' 시연 영상


'언젠가 세상 모든 것이 게임이 될 것이다.'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해 검색을 해보면 이런 비슷한 문구가 많이 보이는데요. 실제로 '폴드잇'이라는 단백질 구조를 만들어 보는 게임은 특정 효소의 구조 해독에 큰 역할을 하여 네이처 지에 논문을 등재시키고, SF게임 '이브 온라인'의 세포를 분석하는 미니게임은 유저들이 게임처럼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제는 가상현실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그래픽과 실사를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어서 앞으로 현실과 게임 사이의 갭이 더 줄어들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들이 발전하게 되면 일상을 게임처럼 만드는 게이미피케이션이 더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을까요? 앞으로 몇 년 뒤에는 VR기기를 뒤집어쓰고 교육을 받게 될 지도 모르겠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