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게나 써보는 게임이야기

더 위쳐 3 : 와일드 헌트(The Wicher 3 : Wild Hunt)
개발사 : CD 프로젝트 RED
플랫폼 : PS4, XBOX ONE, PC
장르 : 액션 RPG
출시일 : 2015년 5월 18일



위쳐3 시작 화면

2015년 가장 인기 있는 게임. 발매 2주 만에 4백 만장이 팔려나가고, 단독으로 받은 게임 상만 총 800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정말 대단한 건 900억이 넘는 제작비를 단 하루 만에 회수했다는 점. 이쯤 되면 명작이라고 부를 만한 게임인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는 '갓쳐'라고 불릴 정도이니까요. '위쳐3'는 PC로도 발매가 되었지만, PS4를 구입한 기념으로 저도 이제서야 해보게 되었습니다.

이름에서부터 보여주지만, 이번 작이 세 번째 작품입니다. '위쳐' 시리즈는 폴란드의 인기 있는 판타지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게임인데요. 소설과 완전히 같은 내용은 아니고, 소설 '위쳐'의 완결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무튼, 미드 왕좌의게임이 생각나는 중세 판타지 느낌이 가득한 게임입니다.(실제로 왕좌의게임 '타이윈 라니스터'를 연기한 찰스 댄스도 등장인물 중 한 명의 성우역을 맡기도 했고요.)

위쳐 시리즈를 만드는 CEO가 변해가는 모습

보통 원작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고들 말하지만, 위쳐는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더 높은 완성도와 인기를 보여주는 게임입니다. 위쳐3가 너무나도 극찬을 받게 되어 오히려 전작들이 재조명을 받게 될 정도였으니까요. 재밌는 건 위쳐3가 출시했을 때 개발사의 CEO인 마르친 이빈스키가 위쳐를 개발해가면서 초췌해져 가는 모습의 사진이 공개되었는데, 위쳐3를 개발할 때에는 영혼을 판 게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위쳐 시리즈의 주인공, '게롤트'

'위쳐'라는 단어는 게임 안에서 해결사 같은 느낌의 직업군을 뜻하는 말입니다. 신체가 개조된 인간인데, 각종 괴물을 처리하거나 궂은일을 맡아 하는, 돈만 주면 다 해주는 청부업자같은 느낌이에요. 시리즈 첫 작부터 주인공을 맡아 온 '게롤트'도 이런 위쳐 중의 한 명입니다. 게임의 전체적인 세계관이나 스토리는 너무나도 방대해서 요약하기가 어렵지만, 어쨌든 위쳐인 주인공이 돈 받으면서 이것저것 많이 하는(?)  내용이에요.


게임의 중심 이야기는 분명 있지만, 위쳐는 오픈월드 기반의 게임이라서 굳이 중심 이야기를 따라가지 않아도 즐길만한 컨텐츠가 굉장히 많은 게임입니다. 오히려 너무 많아서 다 못할 정도가 맞는데요. 심지어 직장인이 퇴근 후에 평범하게 1~2시간씩만 위쳐3를 하게 된다면, 1년이 지나도 모든 컨텐츠를 다 즐기지 못할 거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물론 중심 이야기인 메인 퀘스트만 따라가서 게임의 전체 내용만 확인하고 게임을 끝낼 수도 있지만,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의뢰를 받아 다른 이야기들을 즐겨도 됩니다. 이런 선택적 서브 퀘스트가 메인과 비교해도 전혀 지루하거나 부족함이 없거든요. 괜히 위쳐3를 200시간, 300시간씩 하게 되는 게 아니에요. 위쳐는 이렇게나 무서운 게임입니다.



말도 타고, 배도 타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하고 싶은 것들을 하다 보면, 시간이 금세 가는데요. 어떻게 이렇게 방대한 오픈월드에서 완성도 높은 스토리텔링과 연출이 가능한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게다가 출시된 지 오래된 게임이 아니라 그래픽도 뛰어난 데, 중세 시대를 정말 디테일하고 아름답게 표현해 놓아서 돌아만 다녀도 눈이 호강하는 느낌이에요. 전투도 재미있고, 조작감도 익숙해지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수준입니다.


위쳐는 이렇게나 평이 좋고 훌륭한 게임이지만, 사실 진입장벽이 조금 높은 게임이기도 합니다. 취향이 맞지 않는다면 금방 그만두게 될 수도 있는 게임인데요. 먼저 게임 스케일이 너무나도 크고 방대해서, 게임이 가지고 있는 컨텐츠를 온전히 즐기기가 힘듭니다. 어지간히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게임이기 때문에, 가벼운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적합하지 않을 수 있는데요. 아무래도 하나의 게임을 진득히 오래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더 즐거운 게임일 것 같네요. 

그리고 위쳐3는 독립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전작부터 스토리를 이어서 가져오기 때문에 전작을 해보지 않았다면 세계관에 적응하거나 내용을 이해하기가 조금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저도 전작을 즐겨보지는 않았는데, 게임을 하면 종종 등장인물들이 나만 모르는 얘기를 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마지막으로 굳이 단점을 꼽자면 로딩인데요. 제가 즐긴 PS4 버전에서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게임 안에서의 로딩이 너무 잦고 길었습니다. 오픈월드인데다가 워낙에 불러올 내용이 많은 게임인 점은 이해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가끔은 조금 심하다고 느낄 정도였는데요. 주인공이 죽기라도 하면 다시 불러오는 데 한참이고, 가끔은 이벤트에서 대화 중에도 수시로 멈추곤 했으니까요.


위쳐3는 제가 세 번째로 즐겨 본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인데요. 위쳐3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엄청난 볼륨을 가진 두 편의 확장판까지 있어서, 이 모든 것을 다 해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분명 재미있고 매력 넘치는 게임이긴 한데, 주말이 아니면 이걸 진득하게 붙잡고 있기가 힘들어서요. 학생 때 샀더라면 정말 신나게 즐기고 있었을 텐데. 그래도 이번에는 고맙게도 주말 뒤에 공휴일이 붙어 있으니, 연휴 동안에는 붙잡고 있어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