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게나 써보는 게임이야기

디 오더:1886(The Order:1886)
개발사 : 레디 앳 던 스튜디오
출시 : 2015년 2월
플랫폼 : PS4


발매 후 2년이나 되었지만, 여전히 플레이스테이션4의 그래픽 성능 한계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게임이 있습니다. 연말 기념으로 아주 저렴한 가격(2만 원쯤)에 풀렸길래, 평소 관심만 두고 있었던 이 게임을 냉큼 구입해 보았습니다.


'디 오더'는 1886년의 런던을 배경으로 한 게임인데, 실제 당시 영국의 역사에 기반을 둔 게임은 아니고,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 낸 일종의 '대체역사물'입니다. TPS(3인칭 슈팅) 방식으로 플레이스테이션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에, 독특하거나 적응이 어려운 게임은 아닙니다.

이 게임은 가상의 세계이긴 하지만, 1886년의 런던의 아름다운 건물이나 의상, 장비를 보는 재미가 있는데요. 워낙 뛰어난 그래픽이 한 몫 도운 것도 있지만, 게임 디자인이나 고증이 정말 훌륭하기 때문에 취향에 맞는다면 스토리나 게임성을 떠나서 만족할 만한 눈요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디 오더' 일원이자 주인공 '갈라하드', 이름도 역할도 킹스맨이 떠오르는 건 당연한 듯


이 게임이 공개되었을 때 대중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은 이유는 단연 그래픽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여러 매체와 유저들의 평만 봐도 '그래픽만 좋은 게임'이라는 이야기가 많을 정도니까요. 물론 PS4로 발매된 게임에는 훌륭한 그래픽의 게임이 참 많이 있고, 이 게임이 등장한 해에도 '위쳐3'와 같은 그래픽과 게임성을 모두 갖춘 괴물 같은 게임도 있습니다.(디 오더는 그해의 GOTY에서도 그래픽 부문에서 다른 게임에 밀리기도 했습니다.)

'디 오더'가 그동안 PS4 게임 중 단 하나의 최고의 그래픽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수많은 게임들 중 그래픽 하면 빼 놓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래픽 덕에 이 게임이 지금까지도 유저들에게 판매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동영상이 아니라 플레이 중 캡쳐. 여러모로 눈이 즐거운 게임

   

전체적인 줄거리는 영국 왕립기사단인 '디 오더'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이야기인데 기사단과 반란군, 그리고 돌연변이 인간인 '혼종'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풀어내고 있습니다.(혼종은 약간 늑대인간 비슷한 느낌ㅎㅎ)

사실 이 게임을 할 때 큰 기대를 하지 못했던 이유가 세계관과 전체적인 스토리가 빈약하다는 혹평이 많았기 때문인데요. 훌륭한 그래픽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픽만 있을 뿐 이야기의 짜임새와 끌어가는 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많이도 들어왔으니까요. 너무나도 부족한 플레이타임도 좋지 않은 평가에 한 몫 거들기도 했고.

스토리가 조금 빈약하다는 것은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저에게는 비교적 만족스러운 게임이었습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처럼 흡입력 있는 이야기를 가지지는 못했지만, 이야기가 완전히 엉성한 수준은 아니고 오히려 분위기와 느낌 덕에 나름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후속작이 기대되고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못 다한 이야기는 다음 작을 기다려 볼 만도 합니다. 짧은 플레이타임은 저도 조금 아쉽지만 시간 없는 직장인에게 이만한 게임이 또 있을까 싶고요ㅎㅎ(직장인도 부담 없이 엔딩을 볼 수 있는 게임이에요. 정말.)

 

문 따는 것도 재미있음


QTE(Quick Time Event)[각주:1]라고해서 돌발 상황에서 특정 버튼을 눌러 자연스럽게 액션을 취하는 시스템이 있는데, '디 오더'에는 QTE 시스템이 곳곳에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반복적인 QTE가 혹평의 대상이 되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아름다운 그래픽과 연출을 자연스럽게 보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좋았습니다.

문을 열거나 전기장치를 고장내는 간단한 미니게임도 다른 게임에서는 지루하기 그지없는 것들이 많은데, 이 게임에서는 나름 손맛이 있는 것도 좋았어요. 쓸데없이 높은 퀄리티의 장비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특히 '디 오더'는 역사 속 실존 인물들의 이름을 많이 차용하는데, 기사단의 장비는 젊은 시절의 물리학자 '니콜라 테슬라'가 손수 만들어서 제공합니다ㅎㅎㅎㅎ(연구실에서는 에디슨과 투닥되는 편지도 볼 수 있음) 그래서 게임 속 등장하는 장비가 왠지 더 멋있어 보이는 건지..


최근 바쁘면서도 틈틈이 게임을 했는데 마지막 장면에서는 사실 조금 의아했습니다. '왜 여기서 끝나는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는데, 시리즈물의 영화를 보았을 때 갑작스러운 엔딩장면과 느낌이 비슷합니다. 엔딩까지의 흐름이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았거든요. 어쨌든 '디 오더'의 남은 이야기는 이제 후속작을 기다려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소감은 우려했던 것보다 상당히 재미있는 게임. 이런 느낌을 좋아하신다면 다른 곳의 평가보다는 직접 즐겨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요즘 저렴한 중고, 할인가격으로 구입하신다면 적어도 후회는 없을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가볍게 즐길만한 게임을 찾는 직장인이라면 더없이 좋습니다.




  1. 버튼 액션이라고도 불리운다. 게임 중간에 특정 버튼을 누르라는 표시가 나오면 제 시간 안에 눌러줘야 함. [본문으로]